메뉴 메뉴
닫기
검색
 

문화

제 765 호 SNS 타고 번진 우베 열풍…글로벌 시장 흔드는 아시아 식재료

  • 작성일 2026-06-05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104
이윤진

SNS 타고 번진 우베 열풍…글로벌 시장 흔드는 아시아 식재료


▲ 우베 외형 (사진: https://link24.kr/3NKlgHn)

  최근 카페와 프랜차이즈 디저트 시장에서 '우베(Ube)'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카페 진열대에는 보랏빛 크림이 올라간 라떼와 도넛, 케이크가 등장하고 있고, SNS에서는 우베 디저트 인증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초록빛 말차 디저트가 젊은 소비자층의 취향을 사로잡았다면, 이제는 보랏빛 우베가 새로운 '인증샷 디저트'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우베가 어떤 식재료인지와 함께 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지, 나아가 우베·말차·흑임자 등 아시아 식재료들이 글로벌 디저트 시장에서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제2의 말차'로 떠오른 우베

  우베는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보라색 참마(Purple Yam)다. 자색고구마와 비슷한 외형을 가졌지만, 맛은 조금 다르다. 은은한 바닐라 향과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이며, 우유나 생크림과 잘 어울려 음료와 디저트 재료로 널리 활용된다. 필리핀에서는 오래전부터 전통 디저트 재료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디저트 원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베가 빠르게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SNS 친화적인 비주얼 때문이다. 소량만 넣어도 강렬한 보랏빛 색을 낼 수 있어 사진과 영상에서 시각적으로 눈에 잘 띈다. 실제로 최근 디저트 시장에서는 '맛있는 음식'보다 '찍고 싶은 음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디저트 경쟁이 맛과 가격, 용량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진으로 남겼을 때 얼마나 돋보이는지가 핵심 요소가 된 것이다.


▲ 인스타그램의 우베 관련 게시물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우베 열풍은 '보는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문화와 맞닿아 있다. 보라색은 매장 진열대에서도 눈에 띄고, SNS 피드 안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가진다. 실제 인스타그램에서는 '#ube' 해시태그 게시물이 76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베 음료를 들고 찍은 사진이나 보랏빛 케이크 단면을 강조한 영상 콘텐츠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역시 우베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젊은 소비자층은 단순히 칼로리가 낮은 음식보다, 건강한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베는 식물성 원료라는 점과 함께 항산화 성분, 건강식 이미지가 더해지며 '웰니스 디저트'라는 인식까지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베를 두고 "제2의 말차"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차는 쌉싸름한 맛을 어느 정도로 조절하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우베는 달콤한 바닐라 풍미가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며 "신제품 개발 속도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어 여러 업체가 즉각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차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었다면, 우베는 비교적 대중적인 단맛을 갖고 있어 소비자 접근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영국·일본 거쳐 한국까지…글로벌 트렌드 된 우베

  우베 열풍은 한국보다 해외 시장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2020년 대형 유통업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가 우베 아이스크림과 팬케이크 믹스를 출시하며 대중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조금씩 관심을 받던 우베는 '스타벅스'가 미국 일부 매장에서 우베 음료를 판매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트렌드로 떠올랐다. '스타벅스'는 올해 '우베 코코넛 마키아토' 등을 출시하며 우베 열풍 확산에 힘을 실었다.

  영국의 코스타 커피(Costa Coffee)도 우베 핫초코를 출시했고, 일본에서는 편의점 디저트 시장을 중심으로 우베 제품이 등장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색감이 강한 디저트가 SNS에서 주목받는 소비 문화와 맞물리며 우베 관련 제품들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은 국내 시장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쳤다. 최근 '스타벅스 Korea'는 '우베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출시했고, '파리바게트'는 '우베 생크림빵'과 '우베 라떼'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노티드', '투썸 플레이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우베 메뉴를 잇달아 출시하며 유행에 동참하고 있다.

▲ 편의점에 출시된 우베 쿠키 (사진: 이윤진 기자)


  편의점에서도 우베로 만든 아이스크림, 빵, 과자 등 다양한 디저트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연세유업의 '연세우유 우베 생크림빵'은 출시 4일 만에 5만 개 이상 판매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 필리핀산 우베 파우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베·흑임자·유자…아시아 식재료의 글로벌화

  우베 열풍은 단순히 하나의 디저트 유행이라기보다 아시아 식재료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해외에서는 김치와 유자, 팥 등이 새로운 아시아 식문화의 상징처럼 소비된 바 있다. 최근에는 우베뿐 아니라 흑임자(검은깨) 역시 글로벌 디저트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 식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검은깨를 넣은 말차 음료 검색량이 147% 급증하는 등 미국 전역의 트렌디한 카페와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흑임자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동아시아 음식 문화에서나 익숙했던 검은깨가 미국에서는 독특한 풍미와 건강 이미지를 가진 프리미엄 식재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단순히 새로운 맛을 찾는 것을 넘어, 특정 지역의 식문화 자체를 경험하려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과거에는 서구권 디저트 문화가 한국 시장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아시아 식재료와 음식 문화가 역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SNS는 이러한 확산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해외에서 유행하는 메뉴가 영상 플랫폼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식재료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우베 역시 필리핀 전통 식재료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미국과 일본, 한국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로벌 디저트 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 '빽다방'에 출시된 우베 음료 (사진: 이윤진 기자)


단순한 유행 넘어 새로운 식문화로

  다만 우베 열풍이 계속되면서 원재료 수급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우베는 재배 기간이 최소 9개월 이상으로 길고 기후 변화에도 민감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실제 필리핀에서는 최근 글로벌 수요 증가로 수출량이 크게 늘어나며 공급 부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외신은 필리핀이 자국 수요를 맞추기 위해 베트남산 우베를 수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베가 단순한 '반짝 유행'에 그칠지, 말차처럼 장기적인 식재료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우베 열풍은 단순한 디저트 유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식문화의 확산, SNS 중심 소비 문화,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트렌드가 하나로 결합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말차에 이어 우베가 새로운 식재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금, 다음에는 또 어떤 나라의 식문화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될지 관심을 끈다.


이윤진 기자